신경과 의사에게 가장 마상(마음의 상처)가 되는 병은?
인생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생로병사일 것이다. 이 네 글자 안에 우리의 삶이 압축되어 표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과 사의 기간이 예측할 수 없는 이유로 너무나 짧게 끝나버리는 경우를 접할 때, 우리는 슬프고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뇌졸중, 뇌종양, 소뇌 위축증, 파킨슨병, 치매 등등 유독 중증의 심각한 환자들의 진료가 많은 신경과 전문의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남는 안타까운 질병 군의 환자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뇌염 환자가 아닐까 싶다.
위에서 언급한 뇌졸중, 파킨슨병, 치매 등은 다들 퇴행성 즉,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병인데, 뇌종양, 뇌염은 유독 젊은 나이에 발병하고 젊은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옛 말에 미인박명이라는 기분 나쁜 말이 있는데,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되는 젊은 여성 환자를 보게 되면 이 옛 속담이 생각난다.
뇌종양과 뇌염 중 특히 뇌염환자는 담당 주치의에게 상당한 심리적 트라우마를 남기게 되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발병 자체가 너무나 급작스럽고 대개 2주가 못 되어 사망하거나 심한 중증장애를 남기게 되어, 환자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 가족과 치료 의료인들에게 심한 상실감과 비통한 감정을 남기게 된다.
뇌염은 문자 그대로 브레인에 생기는 염증이다. 우리 뇌는 중요한 기관이라 철통같은 방어막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어떤 특정 바이러스나 균이 뇌에 침입 염증을 일으켜 생기는 병이 뇌염이다.
첫 증상은 가벼운 감기 정도이다. 10대에서 20대 소녀들이 갑자기 발현한 발작 증세, 경련으로 응급실로 내원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중환자실 입원까지 급격한 증상의 악화를 겪게 되는데, 무엇보다 특효 있는 치료약이 거의 없어, 증상완화와 염증반응 악화를 차단하는 치료로 고비를 넘겨야 하는 것이다.
환자는 첫 발작과 함께 의식 저하를 보이고, 계속되는 발작은 일반 용량의 항 발작 약물에도 멈추지 않아 환자를 혼수상태로 만들어, 인공호흡기를 달아 염증 반응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질환을 잘 이겨내고 생명을 보전하는 경우는 전체 뇌염환자의 50% 남짓이며, 이중 후유증 없이 온전히 회복되는 경우는 전체의 20%에도 못 미친다.
이런 무서운 질환이 주로 여름, 초가을에 발병되므로 휴가를 계획하고 즐거운 추억으로 가득해야할 시기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환자와 가족들, 이들을 돌보는 의료인의 마음은 한 없이 무거워진다.
이 병의 원인은 아직 뚜렷이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바이러스는 알려져 있지만, 확실한 치료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단지, 강한 면역력만이 이 질병을 이겨낼 수 있기에, 평소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생활과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으로 몸의 대항력을 키우는 것이 이 갑작스런 불행을 피하는 방법이다.
최근 묻지마 폭행 및 사건으로 갑작스레 어려움과 슬품을 당한 이들의 뉴스를 보면서, 뉴스에는 안 나오지만 그 못지않게 갑작스레 당한 병마로 병원 중환자실에서 지금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와 가족, 의료진들에게 힘을 달라고 기도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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